ㅣ[인터뷰] 신경과 전문의 이지훈 과장ㅣ심한 잠꼬대, 무표정 등 의외의 초기 증상 알고 있어야ㅣ파킨슨병, 적절히 관리하면 일상생활 충분히 가능해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1817년 학계에서 최초로 병을 보고한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했다.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에 관해 신경과 전문의 이지훈 과장(삼육서울병원)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q. 파킨슨병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파킨슨병이란 뇌의 기저핵이라는 부위에서 작용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서동증, 떨림, 경직 및 균형장애 등 다양한 증상들이 대표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 외에도 수많은 운동성 및 비운동성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질병이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 많은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파킨슨병의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다양한 위험인자가 존재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차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데, 특히 50세 이상에서 발생률과 유병률이 뚜렷하게 증가합니다. 반면, 65세 미만에서 진단을 받는 경우는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 외에도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하며, 직계가족 중 파킨슨병 환자가 있는 경우 2~3배 정도 발생 위험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의외의 전조증상이 있나요?앞서 언급했듯이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서동증, 떨림, 경직, 균형장애 등입니다. 기저핵의 경우 우리 몸의 운동 조화를 담당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기저핵의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보폭이 짧아지거나 몸이 앞으로 기우는 등 다양한 운동성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보행장애로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현저한 운동성 증상의 발현 이전에도 △잠꼬대가 심하거나(렘수면행동장애) △냄새를 잘 못 맡거나 △변비가 심해지거나 △표정이 없어지거나 △이유 없이 어지럼증이 자주 발생하는 등 여러 비운동성 증상이 파킨슨 질환 초기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질병의 과정 중 선행되는 '무증상 기간'을 고려하면, 발생한지 얼마 안된 경미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즉시 내원하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파킨슨병 증상으로 나타나는 떨림을 수전증과 어떻게 구별하나요?일반적인 수전증(본태성 떨림)과 달리, 파킨슨병으로 인한 떨림은 주로 휴식 시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하며, 좀 더 느리고 규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떨림은 고개나 다리, 목소리 등에서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q. 진단 방법이 있나요?파킨슨병은 임상적인 진단이 중요합니다. 환자의 증상 자체가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뇌 mri, 핵의학검사 등의 영상검사와 혈액검사 등을 보조적으로 참고하게 됩니다. 파킨슨병은 질병 초기에 진단 받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면서 질환의 경과에 따라 파킨슨병은 아니지만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다른 다양한 질환과 감별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능동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치료가 효과적인 질환이라던데, 사실인가요?파킨슨병의 주된 약물치료는 부족한 도파민 성분을 약물로 보충해주는 개념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증상의 호전을 수시간 내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러한 파킨슨병 치료 약물은 타 질환에는 효과 비교적 적기 때문에, 약물치료에 큰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타 질환을 의심하고 감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킨슨 약물을 5년 이상 장기 복용하는 경우, 이상운동증, on-off 효과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진료 및 관리도 요구됩니다.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 장애가 크거나 약물치료에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최근 뇌심부자극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괄적으로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개별적인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련 신경외과 전문 진료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q. 약물치료,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나요?개인마다 치료 효과 및 부작용의 발생 여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도파민은 기저핵에 작용하여 운동기능을 원활하게 도와주지만, 뇌의 타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는 성분입니다. 특히, 전두엽 등 사고판단에 영향을 주는 부위에서 과하게 작용하게 되면 집착, 망상, 환각 등의 정신병적인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킨슨병으로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환자의 성격이 바뀌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 약물 조정을 위해 해당 주치의를 만나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반대로, 다른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해 도파민 성분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떨림, 서동증, 보행장애 등의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파킨슨병을 의심하기보다 기존에 복용하던 정신과 혹은 타 약물로 인한 ‘약물유발파킨슨병’ 가능성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파킨슨병 환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파킨슨병의 진행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치료의 목표는 최대한 일상생활에 제약이 없는 전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운동성 증상의 악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관절 구축, 근 위약 및 낙상 등의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운동치료 및 재활치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흔히 동반될 수 있는 비운동성 증상 또한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나 잠꼬대와 같은 수면증상,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 및 성격변화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까지 폭넓게 포함하여 적절한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