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은 우리가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중요한 신체감각이다. 그러나 노년층이 되면 신체적 노화와 관절질환으로 인해 운동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균형감각이 무너져 균형장애가 발생하고는 한다. 그런데, 최근 균형장애가 있는 노년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서 치매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외발서기 10초 미만인 노년층은 치매 위험 2배 높아30일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 제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영 교수, 서울대학교 김혜준 연구원, 차의과대학교 정석송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노년층의 균형 장애와 치매 발병률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 예방 저널(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게재됐다.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년층 중 92만 명 이상이 앓고 있으며, 유병률은 10.31%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의 특징적인 증상은 바로 기억력 감소 등 인지기능 저하다. 그러나 각종 연구에 따르면 균형감각 감소와 같은 운동 장애가 인지기능 저하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균형 장애와 치매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과거에도 있었으나, 연구 표본이 적거나 이미 경도인지장애 등 이미 인지기능 저하를 경험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균형 조절 능력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간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노년층 14만 3,788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추적 관찰해 진행됐다. 그 결과 당장 인지지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발서기를 10초 미만으로 유지하는 노년층은 외발서기를 20초 이상 유지하는 노년층에 비해 후일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치매 유형별로는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2배, 파킨슨병 등이 원인인 혈관성 치매 위험은 3배 이상 높았다. 외발서기 검사는 소뇌를 포함한 움직임 조절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다. 연구진은 소뇌가 회백질 일부를 잃으면 균형을 제대로 잡기 어렵다는 사실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전체와 후기 발병 알츠하이머 환자의 측두엽·소뇌 중간에서 회백질 손실이 관찰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회백질은 뇌의 신경세포가 모인 조직으로 뇌의 주요 활동 대부분이 회백질에서 발생한다. 회백질의 부피가 작을수록 인지기능이 약화되고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김혜준 연구원은 "뇌의 회백질 손실은 균형 장애와 치매 발병 사이의 연결고리일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보다 혈관성 치매 위험이 더 큰 이유에 대해서 노화에 따른 뇌의 미세 혈관 변화가 인지기능 저하 및 운동능력 손상과 관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석송 교수는 "노화는 기억력과 연관된 뇌 부위인 전두엽과 피질하부와 두 영역 연결에 영향을 미치며 뇌실주위 백질과 기저핵의 미세혈관을 변화시킨다"라고 말하며, "이번 연구는 뇌 미세혈관 변화가 뇌 영역 사이의 연결에 손상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결과가 노인의 치매 조기 진단을 돕기 위한 기회의 창을 제공할 수 있어 보인다"라며, "균형 조절 능력에 대한 조기 선별 검사가 치매 위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