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사회현상은 아마 '극단적 양극화'일 것이다. 매우 조그마한 나라지만 계층, 정치 성향, 지역, 세대 심지어 성별로 나누어져 서로의 다름을 비난하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십몇 년 전만 해도 타인에 대한 공감과 상호 조화를 강조하는 과도한 집단주의가 사회적 문제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듣기 좋은 말만...'의견 편식 주의', 양극화 심화해올해 초 한국일보에서 각계 전문가와 칼럼니스트 등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참여자의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 단절과 고립이 심해지고 이해와 소통 대신 불신과 적대 성향이 강해졌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한국 사회가 집단적으로 모두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하며, "공감이라는 말도 의견이 다른 상대방이 아닌 오직 내 편을 위한 단어인 것처럼 오염됐다"라고 평가했다. 극단적 양극화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심리 현상의 영향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을 주제로 투표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집단 극화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라고 발표했다.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란 동일한 성향을 가진 개인이 집단으로 모여 토론하는 과정에서 보다 극단적 주장을 지지하게 되는 사회 심리학 현상으로, 극단적 주장에 대한 부담을 개인이 아닌 집단이 함께 짊어진다는 심리에 의해서 발생한다.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독 활성화된 대한민국 특성상 의견과 성향이 비슷한 집단끼리 모이기 쉬워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울러,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는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서 듣는 성향'과 과도한 sns 내편주의도 집단 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회는 "양극화와 집단 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에 집중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만약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였다면 집단의 의견이나 주장이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내부에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일명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두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통과 배려가 없는 '혐오 사회' 정신건강만 오염시켜소통과 배려, 공감이 부족하고 혐오로만 가득 찬 사회는 집단의 안녕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2020년 서울대 인류학과 강사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박한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혐오와 부정적인 감정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혐오 민감성이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혐오와 같은 감정이 우울과 불안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과 혐오 발언을 지속하는 사람은 인격 장애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비난을 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분노, 불안,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제력 없이 반복 적하는 혐오와 비난은 분노와 충동 조절 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되돌아올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으로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싸우거나, 의견이 맞지 않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일삼는 행위는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스스로 정당한 일을 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난과 혐오는 상대방과 함께 내 정신건강을 깎아먹는 행위이다.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에게 과도하게 공격적이거나, 이유 없이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다면 이를 문제를 인지하고 병원 등을 방문해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