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문명과 과학 사이에서 꾸준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하나 꼽자면 단연, 음악을 들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음악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음악이 고상한 취미 중 하나로 또는 고단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잔치나 축제 등에서 흥을 돋우는 역할을 주로 했다면, 현대에는 영역이 더욱 늘어나 치료 등 각종 의학분야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인지기능과 알츠하이머병 등 뇌 신경계 질환의 경우 음악의 치료 효과가 지속해서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중이다.
음악 활동, 뇌의 회백질 크기 증가 시켜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university of geneva)와 로잔 연방 공과대(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lausanne)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신경영상: 리포트(neuroimage: reports)'를 통해 음악이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음악을 연습하거나 듣는 행위가 뇌의 회백질(grey matter) 크기를 증가시켜 노년층의 인지기능 저하를 늦춰준다. 회백질이란 뇌 신경세포로 구성된 조직으로 뇌의 주요 활동이 대부분 발생하는 부위다. 뇌의 회백질량이 모종의 이유로 줄어들면,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연구는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모르고, 살면서 지금까지 어떠한 음악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62~78세의 건강한 노년층 13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무작위로 연구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은 피아노 수업을, 다른 한 그룹은 듣기와 음악 스타일을 분석하는 음악 인지 수업을 듣도록 했다. 모든 수업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참가자들은 하루에 적어도 30분씩 수업 관련 숙제를 했다. 그 결과, 두 그룹 참가자 모두 '작업기억'과 연관 있는 소뇌 영역을 포함해 인지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된 네 개의 다른 뇌 영역에서 회백질 크기가 약 6% 증가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다른 감각 기관을 통해 경험한 것을 뇌가 잠시 잡아두었다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뇌의 메모장이라고도 불리며, 단기기억이 작업기억으로 분류된다. 반면, 두 그룹 사이의 차이점도 있다. 피아노 수업에 참여한 그룹의 경우 소리와 관련된 일차 청각피질의 회백질 크기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었지만, 음악 인지 수업에 참여한 그룹에서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음악 활동이 뇌 건강과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라고 말하며,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서 보인 뇌의 위축 패턴을 고려하면, 음악이 뇌를 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단지 인지지능과 관련된 특정 영역의 노화만을 방지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음악 치료 꾸준히 받아야, 짦은 시간 내에 증상 개선 기대는 금물음악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연구진은 자신들의 논문을 통해 "음악이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와 공간적·직관적 기능과 연관된 우뇌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서로 지원해 뇌의 전체적인 기능을 향상한다"라고 밝히며, "음악의 이러한 효과가 알츠하이머병이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뇌를 자극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라고 전했다.경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치매 바로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라면, 음악을 활용한 치료가 인지기능 유지 및 상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외부 음악 치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가정에서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등을 하는 것이 좋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환자가 이미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상실했다면, 음악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을 추천한다. 지속적인 음악 감상만으로도 환자가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때문이다. 다만, 단시간의 음악 치료로 환자의 행동·증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