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지지(emotional support)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노년층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 지난 12일 분당서울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가 이끄는 합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인 미국의학협회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필요합동 연구진은 국내 60세 이상 노인 5,852명을 대상으로 8년간 주변으로부터 공감·이해 등 감정적 지원을 받는 정서적 지지와 가사, 식사, 진료 등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물질적 지지 중 어떤 것이 부족할 때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지는지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물질적 지지의 차이보다는 정서적 지지의 차이가 치매 발병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는 노년층의 치매 발병률은 매년 1,000명 당 9명이었지만,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 노년층의 치매 발병률은 1,000명 당 15.1명이었다. 반면 물질적 지지의 차이는 치매 발병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서적 지지와 치매 발병 사이의 연관성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남성의 치매 발병 위험이 25% 증가한 반면,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 여성의 치매 발병 위험은 61%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정서적인 공감과 이해가 노인 치매 예방에 더 중요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김기웅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2019년 국제 학술지인 노인학저널(journals of gerontology)에 기재한 논문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연구진은 충분한 정서적 지지가 사회활동이 적어지는 노년기 사람의 소속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며,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보호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국내 치매 환자 현황,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 사회의 치매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년층 858만 명 중 약 89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라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증가세다. 2018년 당시 국내 노년 치매 환자의 수는 75만 명이었으나, 3년 사이에 약 20%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 유지되면 2025년에는 노년 치매 환자의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40년에는 200만 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2018년에 15조였던 치매관리 비용이 2040년에는 57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치매가 한국 사회의 주요 사회문제가 되면서,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